베트남에서 여행 가이드를 한 지도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매일 다양한 손님들과 만나고, 웃고, 때론 속상한 날도 많았지만, 그만큼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많이 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겪었던 인상 깊은 손님들 중, 기억에 오래 남은 5가지 이야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진상도 있었고, 정말 따뜻한 순간도 있었죠.
1. “왜 한국어 안 통하죠?”
한 커플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보며 첫마디로 “운전기사 왜 한국말 못 해요?”라고 물었습니다.
현지 기사에게 화를 내며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무례하게 구는 모습에,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닌 베트남이라는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여행자를 넘어 손님으로서의 예의도 잊은 모습이었죠.
이런 분들은 드물지만, 한번 겪으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2. “기사 아저씨 점심 드셨어요?”
반대로, 한 가족은 차량 기사에게 먼저 물을 건네며
“기사님도 우리랑 같이 식사해요”라며 챙겨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한국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베트남에서 여유를 배우고 싶다던 그분들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을 통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순간이었어요.
3. 촬영용 드론을 강에 빠뜨리고는…
한 유튜버 손님이 있었는데, 드론을 띄우다가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이후 저에게 화를 내며 “왜 그런 위치를 추천했냐”며 책임을 돌리더군요.
저는 충분히 안내드렸고, 드론 촬영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사전 설명을 했었죠.
그럼에도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4. 나트랑의 해변에서 청혼했던 부부
반면, 나트랑 해변에서 저녁 석양을 배경으로
서프라이즈 청혼을 준비한 남성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촬영을 도와드렸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수락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저도 모르게 뭉클해졌죠.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남기는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5. "여기 관광지 아닌데요?"
한 손님은 SNS에 나온 ‘핫플레이스’를 따라가자고 하셨습니다.
현지에서는 출입이 금지된 공공시설이었고, 설명드려도 납득하지 못하더군요.
결국 강하게 말씀드려야 했고, 그 뒤엔 일정 내내 냉랭한 분위기였습니다.
정보의 시대이지만, 현지 사정은 늘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도 성숙한 여행자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가이드는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지와 여행자를 잇는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조금씩만 배려하고 이해한다면, 여행은 더 따뜻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됩니다.
혹시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진심으로 현지를 사랑하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가이드를 만나신다면
당신의 여행도 분명 특별한 이야기로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