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에서 만난 영매와 신앙문화 이야기
“이게 진짜 굿인가요…?”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어느 작은 마을. 새벽 5시, 마을회관 앞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한 여성이 있었죠.
그녀는 음악이 울리자 갑자기 눈을 감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분명 그녀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날 처음으로 ‘렌동(Lên đồng)’이라는 베트남의 무속 의식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 렌동(Lên đồng) - 영매가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
렌동은 베트남 북부의 전통적인 무속신앙으로, 신령이 영매의 몸에 내려오는 순간을 음악과 의식을 통해 표현하는 제례입니다.
영매(보통 여성)는 전통 의상을 갈아입으며 다양한 신을 맞이하고, 그에 따라 춤을 추고, 노래하고, 때로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죠.
🎭 “혼자 본다면 굿, 모두가 보면 공연이다” – 베트남 친구가 해준 말
한국의 굿과 흡사하면서도, 훨씬 화려하고 공연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 베트남 무속신앙, 사람들 곁에 살아 있다
이 무속문화는 불교, 유교, 토착 신앙이 섞인 형태로, 특히 베트남 여성의 삶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 혹은 가족의 건강이 염려되는 이들이 주로 영매를 찾습니다.
“아들 시험을 앞두고 마음이 불안해서 왔어요. 영매님이 웃으며 ‘될 거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힘이 돼요.”
📍 여행자가 알면 흥미로운 포인트
- 렌동 의식은 공개 참여 가능한 행사도 있음
- 하노이, 박닌, 타이빈 지역에서 자주 개최
-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
- 관광객도 관람 가능하지만 촬영은 허락 필요
🧘♀️ 무속, 미신이 아니라 ‘문화’
베트남에서 무당은 ‘사기꾼’도, ‘예언가’도 아닙니다. 그들은 공동체 안에서 마음을 나누는 상담가이자 치유자로 여겨집니다.
그들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삶의 어느 순간에는 그런 말 한마디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나요?
“당신의 삶에 신이 내린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